아기가 태어나고 조리원에 2주 있다가 집에 왔고, 그때부터는 4주간 산후 관리사 두 분이 와서 9-5시까지는 봐주셨다. 그 이후에는 혼자 볼 자신이 없어서 친정에 내려가게 되었다. 오빠가 휴직할 때까지 약 3주 정도? 당시는 생후 40~60일 정도였는데 수유 간격은 세네 시간 정도에 맞춰져 있어 하루 6번 정도 수유를 했었다. 근데 그 사이사이 잠을 잘 안 자서 엎드려 재우기도 많이 하고 안아서도 재우곤 했다. 특히 첫째 딸이 이유도 모르게 계속 울었다. 포대기를 하면 결국 자기는 했지만, 팔이 너무나 아프고 자고 일어나면 누가 때린 것 같은 그 기분. 잠도 제대로 못 자던 그때 베이비 타임 어플에 비슷한 개월 수의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의 공개 일기를 보다가 '라라스 베개'를 홧김에 사버렸다는 글을 보았다. 찾아보니까 많이들 사용하는 용품이었고, 가격은 꽤 나갔지만 나 역시 이거라도 사서 써보자 하는 마음에 홀린 듯 구매해버렸다. 받고 나서 재워보니 나도 여기서 자고 싶을 정도로 너무 부드럽고 포근했다.
그러고 나서 처음에는 엄청 잘 자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집에 돌아올 쯤인 60일 이후가 되니 엄청 잘 자는 것이었다. 물론 밤중에도 길게 자서 통잠까지는 아니었지만, 낮잠도 두세 시간씩 푹 자주는 것. 그것만으로 이거는 효자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그래서 주로 첫째한테 사용하다가 하나 더 사서 둘 다 라라스에서 재우게 되었다. 밤잠이고 낮잠이고 거기서 자면 아주 곤히 잘 잔다. 그리고 지금 100일이 지난 시점에서는 낮잠은 세 시간 네 시간씩 자고, 매일은 아니지만 밤에는 이삼일에 한 번은 8시간 9시간까지도 자고 있다. 옆으로 재우는 베개이기 때문에 두상 관리에도 좋다. 역류방지 쿠션이 사실 더 많이들 쓰는 꿀템이지만, 거기에 오래 뉘어놓으면 뒤통수가 납작해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오래 재우기는 좀 그렇다.
그리고 나만의 꿀팁인데 라라스 베개만으로도 잘 잘 때가 있지만 안 자고 칭얼거릴 때는 쪽쪽이와 조합으로 재우면 높은 확률로 잘 재울 수 있다. 쪽쪽이가 잘 빠지면 또 깨기 때문에 나는 손수건으로 한 번 목도리처럼 감싸준다. 우리는 이렇게 해주는 것을 입을 가리는 모양이라 강도 지안 강도 지유라고 부르는데, 그렇게 하면 쪽쪽이를 꽤 오래 물고 있어서 잠들어버린다. 그 이후에는 빠져도 깨지 않는 상태로 푹 잠들어있다. 토끼 귀가 있는 쪽이 위로 오게 해야 하고, 윗부분이 잘 겹치게 해서 베개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야 더 엄마품 같아서 그런가 잠이 잘 든다. 그래도 커가면서 점점 힘이 세지기 때문에 탈출하자면 탈출은 할 수 있다.
그래서 80일쯤 같이 호텔에 갔을 때도 챙겨갔었다. 이젠 어딜 가든 필수 품목이다. 2개월 이럴 때는 너무 작아서 안에 쏙 들어갔었는데, 4개월이 된 지금 베개 한쪽을 죽부인처럼 감싸 안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작을 때도 크기에 맞게 솜을 조절해서 쓰라고 했는데, 귀찮음의 끝판왕인 엄마는 그냥 썼다고 한다. 점점 크면서 언제까지 사용할 수 있을까 모르겠지만 이미 충분히 우리에게 자유시간을 준 라라스 베개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아기 낳은 친구한테도 추천해주어서 사게 되었다. 내 돈 내산으로 솔직하게 말해줌. 이와 비슷하게 아꼬모 베개랑, 무거운 좁쌀 이불로도 잘 재울 수 있다고 하는데, 써보지는 않아서 비교는 안된다.
이제는 다만 여름이 되어 베개를 폭 안고 자다 보면 더워서 땀에 절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메쉬 커버도 추가로 샀다. 근데 커버만 해도 4만 원. 그래도 엄마 아빠의 삶의 질을 높여주기 때문에 충분히 살만하다. (그렇지만 받고 보니 꽤나 두꺼워서 과연 원래 오가닉 커버보다 땀 흡수가 잘 될지 모르겠다.) 3개월 정도 써 본 결과 단점은 비싼 가격뿐이다. 비싼 오가닉 소재를 써서 그렇다고 하니 믿자! 정말로 만져보면 부드럽기도 하니까. 그리고 여름에 쓰기에는 땀이 많이 나서 자주 커버를 갈아줘야 한다는 점 정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효자 아이템인 라라스 베개도 엄마들이 만들었다고 하는데 대단하다. 임산부였을 때 해피 테일즈라는 바디필로우도 엄마들이 만들었다고 했다. 불편한 점을 스스로 해결하고자 하는 대한민국 엄마들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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