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날, 근로자의 날이기도 한 날.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휴일인 이날은 나의 생일이다. 쌍둥이 아기들과 맞는 첫 생일이라 특별하게 맞이하고 싶었다. 우리 아기들 다 데리고, 우리 반려견 쪼꼬도 함께 다 같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일단 강아지가 묵을 수 있는 호텔 중에 골랐다. 그렇게 하면 슬프지만, 선택지가 확 줄어든다. 내가 알기로는 포시즌스 호텔, 워커힐 비스타 호텔, 이미 쪼꼬랑 한 번 다녀온 레스케이프 호텔, 남산에 밀레니엄 힐튼 호텔, 이 정도다. 하나씩 도장 깨기! 이번에는 오빠 회사 제휴 할인이 되는 워커힐로 결정했다. ‘오 마이펫’이라는 강아지랑 함께하는 객실 패키지가 있어서 가격이 나름 괜찮았다. 1박에 50만 원 이하. 강아지 어메니티도 주고 좋았다. 다만 사료는 챙겨 와야 한다.
먼저 객실 컨디션. 아직 아이들이 정말 작긴 하지만 짐도 많고, 쪼꼬도 같이 묵다 보니까 조금 좁게 느껴졌다. 한강뷰이긴 하지만 창에 붙어있는 도트 무늬 때문에 완전히 즐기기는 힘들었다는 게 아쉬웠다. 여기저기 호텔 다녀보니, 나는 호텔에서 보이는 경치에 꽤 신경 쓰는 사람인 것 같다. 호텔 측에 미리 말하면, 아기 용품도 다 챙겨주시는데, 침대가 높다 보니 가드를 치니깐 조금 불편했다. 그리고 아기침대는 하나 제공되었는데, 3개월도 안 되는 작은 아기에겐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계속 들어 올리고 눕히고 하면 허리가 아플 것 같았다. 뉴나 침대였나 그랬는데, 일어날 수 있는 정도의 조금 큰 아기를 가둬놓는 용으로 적합해 보였다. 결국엔 한 명은 침대에 라라스 베개에 재우고, 한 명은 유모차 배시넷에서 잤다.
그리고 F&B 부문. 일단 아기랑, 강아지랑 가게 되어 호텔 내에 다 같이 갈 수 있는 식당은 없었다. 유모차 반입 가능한 식당은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우리는 쪼꼬 혼자 객실에 내버려 두고 가고 싶지 않아서 무조건 포장으로 버텼다. 2박을 했기 때문에 하루는 중식당 금룡에서 포장했고, 하루는 피자힐에서 피자 한 판을 포장했다. 결론적으로는 돈은 돈대로 들고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직접 가서 먹으면 분위기 값이라고 생각이 들었겠지만. 좁은 객실 내에서 먹으니 그 정도의 가격을 내고 먹을 정도가 아니었다. 그랜드 워커힐에 피자힐 포장이랑 와인 파는 가게인 에스테카가 있는 것은 좋았다. 특별한 날이니까 떼땅져 샴페인을 사서 피자랑 같이 먹었다. 물론 다른 피자에 비해 비싸긴 하지만 피자힐의 도우는 특별하니깐. 근데 지난번이랑 같은 피자를 먹어서 아쉽긴 했다. 포장 피자는 딱 세 가지라 아쉬운 부분이다. 제일 좋았던 것은 조식이었다. 더 뷔페에서 두 번의 조식을 먹었고, 물론 아기와 쪼꼬를 돌봐야 해서 혼자 다녀오고 바통 터치해서 다음 사람 다녀오고 했지만 너무 맛있었다. 종류가 엄청 많은 것은 아니지만 호캉스에서 조식을 빼면 너무 아쉬운 것 같다.
그리고 워커힐은 호텔 내 산책로가 너무 잘 되어있는 것이 장점이다. 아차산 중턱에 위치해서 너무 좋지만, 쪼꼬는 낯선 곳 산책을 잘 못하는 편이다. 아마 적응시키려면 일주일은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산책로를 완전 한 바퀴를 도는 것은 실패했지만, 잠시라도 밖에 나갔다 오니 호텔 안에만 갇혀있다가 온 것은 아니라서 만족했다. 그리고 호텔 안에만 있기 아쉽고, 근처에 잠시 나들이를 가고 싶다면 구리 한강공원에 가봐도 좋다. 한강 둔치와 주차장이 가까워서 피크닉 가기 좋은 것 같다.
마지막으로 혼자서 즐겼지만 4층에 있는 스카이 야드에서 잠깐의 휴식은 꿈같았다. 호텔 객실 안처럼 하나의 창을 두고 보는 것과는 다른 눈으로 직접 보는 한강은 더욱 멋있었다. 족욕도 하고. 원래는 사람들로 거의 꽉 차있는 곳인데 체크아웃하고 난 시간쯤에 간 거라, 평일 숙박, 2박 연박 숙박의 여유였다. 사실 아기 둘에 강아지까지 같이 가니 고행길이었지만, 지나고 나니 좋았던 기억만 또 남았다. 집에 돌아오면서는 이젠 나갈 생각 하지 말자. 그랬는데 또 나가고 싶은 나. 이유식 시작 전에 또 아기들과 놀러 가고 싶다. 아기랑 같이 가면 좋은 호텔은 인천에 파라다이스 호텔인데, 쪼꼬가 함께하지 못해서 아쉽다. 점점 더 강아지랑 함께할 수 있는 호텔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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